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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나스넷] 탈북 청소년 돕기 '드림 콘서트'를 마치고
    • 작성일2017/10/15 13:45
    • 조회 1,854



    누군가에게 그 무엇이 된다는 것...
    탈북 청소년 돕기 '드림 콘서트'를 마치고

    올해는 한국전쟁 60주년의 해로 전쟁의 참혹함을 떠올리게 하는 해이자,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선혈이 낭자했던 60년 전 여름의 전투는 이제 옛사람들의 뇌리에만 남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려하고, 전쟁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60년 전 이 땅을 휘몰아쳤던 비극의 부스러기들은 아직도 누군가를 멍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휴전협정이 이루어진 후, 남쪽에 있던 사람들은 경제적 부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북쪽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영원할 것만 같은 암흑에 갇혀버렸습니다. 그 암흑을 뚫고 들어 온 한줄기 빛에 의지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탈북동포, 새터민 혹은 북한이탈주민으로 불리는 이들은 길고 험한 여정을 거쳐 고생 끝에 남한 땅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쉽게 편입되지 못한 채 주변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청소년들의 사정은 더 딱합니다. 북한에서의 굶주림과 심한 사회적 감시, 그리고 통제를 견디다 못 해 어린 나이에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왔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각박하기만 합니다. 한 민족이지만 문화적으로 이미 많이 달라져 있는 사회에서 또래문화에 쉽게 적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다가, 북한의 무너진 교육제도와 탈북 과정 중에 생긴 장기간의 학습 공백으로 생긴 학력격차를 메우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한창 예민한 시기일 사춘기에 생계유지에 바쁜 부모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친구들이나 교사로부터도 충분히 이해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이데올로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탈북청소년들은 사회적인 냉대와 편견, 무관심에 상처받기 일쑤입니다. 또한 주위에 관심을 가져주고 이끌어줄 인적 네트워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하루하루 외로움과의 싸움을 벌여야하고, 북한이나 중국 등지에 있을 가족,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당연히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무연고 탈북청소년의 경우 상황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도 여름밤 곱게 차려입고 자선공연에 참석하는 일쯤은 그리 특별하지도, 자랑할 만 하지도 않은 일이 되었고,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앙상한 아이들은 연일 TV화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 성장하여 남의 나라의 일인 줄로만 알았던 세계의 빈곤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집안단속부터 잘 해두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한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정도는 그 사회가 약자를 얼마나 잘 보살피는가에 있다고. 먼 나라의 굶어 죽어 가는 아이들도 챙겨야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삶을 일구고, 미래를 꿈꾸고자 먼 길을 온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모질고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는 있지 않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엄연한 사회적 약자인 탈북청소년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후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의 책임이자 가슴 뿌듯한 의무이행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올해도 하나둘 모여 무더운 여름 내내 동분서주한 결과, 2010년 8월 15일 늦은 4시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제 4회 뷰티플드림콘서트가 그 막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 날의 콘서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면 뷰티플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활기찬 연주로 문을 연 무대는 김병찬 MC의 재치 있는 입담과 정효진 MC의 부드러우면서도 안정된 진행솜씨와 함께 준비되어있던 순서들로 차례차례 채워졌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주영,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첼리스트 배일환으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의 연주는 서로 다른 악기소리가 어우러져 멋진 화음을 만들어 냄으로써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희망하는 듯 했습니다. 다음으로 시각장애인 클라리넷티스트 이상재,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의 연주가 이어졌는데 누구보다 힘들었을 지난 시간을 짐작케 하는 그들의 연주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콘서트의 열기가 최고조로 무르익어 갈 무렵 한 뜻 깊은 순서가 마련되었습니다. 바로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실시하고 있는 탈북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학생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엮어져 코미디언 장미화 씨의 나레이션으로 소개된 것입니다. 북한에서 살아갈 방도를 찾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탈북했지만, 중국을 거쳐 고생 끝에 남한에 입국한 후에도 남한사회의 차별과 가정적,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학생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고,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재능을 살려 미술학도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현재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이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바리톤 이규석, 소프라노 고미현이 사랑노래를 열창함으로써 절정을 향해 가던 음악회는 노원폴앙상블과 함께 오른 남북한 출신 청소년들로 구성된 합창단 드림플러스의 무대로 그 대미를 장식하였습니다. 남한학생 4명, 북한학생 12명으로 구성된 드림플러스 합창단은 '마법의 성', '희망의 나라로'에 이어 남북한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곡인 '고향의 꿈'을 앵콜곡으로 부르며 여름방학 주말을 이용해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전문적인 합창단이 아니기에 음악적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남북한 청소년들이 한 데 어우러져 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 자체가 그 어떤 무대보다 더한 감동을 안겨다 주었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로써 8월 15일 콘서트의 무대는 막을 내리고, 관객들은 모금행사를 통해 모아진 그들의 정성이 탈북청소년들의 삶에 기쁨이 되기를, 또한 콘서트의 감동이 오래도록 그들의 가슴에 남기를 바라며 콘서트장을 하나둘 떠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번콘서트 또한 수많은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은 손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하나에서 열까지 마음을 다해 뛰어준 고등학생,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하여 서창록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박범진, 최대석, 노재헌, 배일환, 황유정 제씨 등 조직위원들, 그리고 고려대학교 이기수 총장님의 큰 관심 속에 참여해주신 고려대 관계자분들, 이화여대 이정숙 부총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과 연주회를 통해 기부문화를 확장시켜온 뷰티플마인드의 관계자분들, 북한인권시민연합 문화사업단 박범진 단장님을 비롯한 강문숙, 문천상, 엄영선, 이동희, 이미숙, 조의환 제씨 등 위원들, 현장모금 때 수고해주신 시민연합 고문, 이사 자문위원,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한인경 선생, 국제대학원 이대로 선생, 뷰티플마인드의 변성경 실장, 박수진 실장,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박수진 간사, 홍연정 간사를 비롯한 사무국 가족, 아시아인권센터 가족들 그리고 자원봉사자 여러분, 무대에서 진행 이끌어준, 김병찬, 정효진 아나운서, 멋진 무대를 만들어주신 연주자분들, 동영상 나래이션 제작에 참여해주신 코디미언 장미화, 콘서트의 홍보물을 정성스럽게 디자인해주신 조의환, 오숙이 제씨, 정선임 작가, 장소연 작가, 영상을 맡은 포인트 21, 음향, 조명 및 무대를 맡아주신 ARKUS 관계자분들, 콘서트가 개최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외환은행, 한국가스공사, KT, 두산전자, 두산동안, 코스모스 벽지, 아가방, 한유에너지, 대덕휴비즈, 파파존스, 샌드프레소를 비롯한 고마운 기업체들, 개인후원을 해주신 박윤식 이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콘서트에 관객으로 참석해 준 여러분들의 마음이 없었더라면 이번 콘서트를 여는 것 또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콘서트가 끝난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것을 떠나 하나의 음악회를 열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주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자는 그런 거창한 표어를 들먹이기 전에 한 가지만 기억했으면 합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그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것을요.
    그리고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작고 소박한 마음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콘서트를 준비한 수많은 손길들, 그리고 콘서트에 모인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두 그런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작은 마음은 나비효과를 내어 언젠가 탈북청소년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더불어서 앞으로 개최될 제5회, 제6회, 제7회......의 뷰티플드림콘서트에는 더 많은 도움의 손길들, 응원의 발걸음들이 도착하기를, 그래서 더 많은 탈북청소년들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konas)

    홍연정(국제인권시민연합 국제협력캠페인팀 간사)

    출처: 코나스넷
    http://www.konas.net/article/article.asp?idx=22909